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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04 한국의 천재 프로그래머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지디넷코리아]일본에는 IPA(Information-technology Promotion Agency)라는 기관이 있다. IPA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추구하고 기술 및 인재를 육성함으로써 일본 경제의 발전에 공헌하기 위한 조직이다. 

얼 핏 보면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과 유사한 목표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IPA의 실제 하는 일과 성과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IPA가 하는 일에 대해 살펴보자. 

일본의 천재 프로그래머 발굴 및 육성 사업 

일 본의 IPA는 개발 기술 및 표준의 보급, 정보 시스템의 신뢰성 향상을 위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정보보안 정책의 수립, 전략적 IT 인재 육성 등 여러 사업을 수행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독특하면서도 주목할만한 부분은 바로 ‘전략적 IT 인재 육성’이다. 

IPA는 일본 정부의 지원으로 ‘미답(未踏) IT 인재 발굴/육성 사업(구 미답 소프트웨어 창조 사업)’을 하고 있다. 미답(未踏)의 사전적 의미는 ‘아직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않음’이니, ‘미답 IT 인재’란 아직 발굴되지 않은 IT 인재, 즉 초야에 묻혀있는 IT 인재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미답 IT 인재 발굴/육성 사업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고 있으며 그것의 활용 능력을 가진 뛰어난 개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사업’이다. 법인은 아예 응모를 할 수 없으며, 개인 또는 개인이 만든 그룹만 응모가 가능하다. 

그러한 개인은 뛰어난 경력과 능력을 갖춘 PM(프로젝트 매니저)에 의해 선정되는데, PM은 특히 창조적인 측면에 주목하여 인재를 선정한다. 

선 정된 인재는 PM의 조언과 가이드에 따라 개발 프로젝트에 집중하며, 개발 이외의 문서 작업 및 계약 등은 프로젝트 관리 그룹에서 지원을 한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성과에 따라 개인은 슈퍼 크리에이터(천재 프로그래머)로 공인을 받게 된다. 

이 사업은 2000년부터 공모를 시작하였고 현재는 매년 2회씩 공모를 실시하고 있다. 응모자의 제한 연령은 ‘일반인(본체)’ 분야의 경우 40세 미만이며, ‘유스’ 분야는 25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다. 사업 개시 후 8년 동안 총 2,700여건이 응모되었으며, 25세 미만의 응모 또한 400여건이 넘는다. 

지난 8년간 일반인 분야에서 587건의 연구 테마가 채택되었으며 슈퍼 크리에이터로 인증 받은 사람이 135명에 달한다. 유스 분야의 경우 152건의 연구 테마가 채택되었고 41명이 슈퍼 크리에이터로 인증 받았다. 유스 분야의 경우 대학생 층의 참여가 높은데, 상위 10개 대학의 학생이 80%에 달하는 응모를 하고 있다. 유스 분야의 고교생 참여 비율은 1.3%이다. 

2007년까지의 사업 운영 결과를 살펴보면, 61명이 회사를 설립하였고 158건의 특허가 출원되었고 연구 결과를 무상으로 공개한 경우가 180명에 달하고 134명이 학회 논문으로 게재를 했다. 

성 공 사례를 살펴보면, 먼저 노보리 다이유(登大遊)를 꼽을 수 있다. 그는 2003년에 선정된 후 슈퍼 크리에이터로 인정을 받고 SoftEher사를 창업하여 네트워크 보안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26세인 그는 하루에 10,000 라인 이상을 코딩하는 슈퍼 프로그래머로 알려져 있다. 그의 회사인 SoftEther는 2007년 1억 3,693만엔의 매출에 2,670만엔의 순이익을 냈다. 

콘도 히데카즈(近藤秀和)는 2004년에 슈퍼 크리에이터로 인정을 받았고 현재 Lunascape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1,000만회 이상 다운로드 된 Lunascape 브라우저를 개발하였으며, 여러 대기업 고객들을 갖고 있다. 또한 레이저 포인터를 이용하는 프레젠터의 제스처를 인식하는 Afterglow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마이크로소프트 이노베이션 어워드 2007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킨야 타가와(田川欣哉)는 2004년에 슈퍼 크리에이터로 인정을 받았으며, 2006년에 Takram Design Engineering을 설립했다. 그는 NTT Docomo의 위젯 서비스인 i-Widget과 i-Concier 서비스, 그리고 일본어 전용 입력기기인 Tagtype을 개발했다. 

이 와 같이 미답(未踏) IT 인재 발굴/육성 사업은 서서히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것은 정부 주도의 영재 지원 정책이자 벤처 지원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시장이 작동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 지원 또한 탄탄하다. 우리는 둘 다 갖고 있지 못하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의 말처럼, 언제나 경제의 핵심은 시장과 공공 부문의 균형에 놓여 있다. 바로 우리가 언제나 아쉬운 것이다. 

한국의 천재 프로그래머를 발굴하여 지원하자 

알고 보면 한국과 일본 IT 인재의 능력차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외국에서 그들과 일해본 사람은 이에 동감할 것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 정도에 있어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명백하다. 

전 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이 부흥하는 1980~1990년대에 한국은 허송세월을 보냈다. 소프트웨어를 제품화하고 그것이 유통되는 시장을 구축하지 못한 채 그저 SI에만 몰두했다. 물론 인터넷 서비스, 온라인 게임 등 일부 분야에서 성과가 있기는 하지만 그 성과는 일부 애플리케이션에 국한될 뿐 핵심 기술을 갖지 못했고 시장도 만들 지 못했다. 

1980년대 8비트 PC 시절에 일본은 이미 소프트웨어 산업의 토대를 탄탄하게 구축했다. 당시 수많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등장하였고, 무형의 소프트웨어가 유형의 다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제 값에 거래될 수 있는 시장을 구축했다. 그 결과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진로를 소프트웨어 개발로 선택하고 몰두하게 되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일본 청소년들은 이제 대기업과 벤처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들은 소니, 닌텐도 등과 같은 회사에서 아키텍트나 수석 개발자를 맡고 있으며, 또한 미답 IT 인재 발굴/육성 사업에서 PM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젊은 인재를 발굴 육성하고 있다. 진정한 선순환이다. 

반면에 당시 일본의 청소년들과 비슷한 시기에 프로그래밍을 시작한 한국의 청소년들은 학업과 사회적 여건으로 인해 중도에 프로그래밍을 포기한 사례가 무척 많았다. 이에 대해서는 필자의 과거컬럼을 참고하기 바란다. 어쨌든 지나간 일은 할 수 없는 법이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미래뿐. 

현 재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은 시장도 정부도 어느 한쪽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 한국의 프로그래머들은 스스로를 4D(3D + Dreamless) 종사자라 부르고 있다. 한국에서 프로그래머는 개발력과 창조력이 아니라 단순히 경력 년 수와 머리 수로 평가될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의 미답 IT 인재 발굴/육성 사업은 우리에게 중요한 힌트를 준다. 좋은 제도는 배워야 한다. 필자는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안한다. 

1. 국가적 행사로서 소프트웨어 인재를 발굴한다. 이는 소프트웨어 인재의 중요성에 대한 커다란 홍보 효과가 될 것이고 사회적 임팩트가 클 것이다. 

2. 발굴된 인재가 제안한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장비 및 각종 환경, 전문가, 관리 등 개발 외적인 사항을 지원함으로써 인재가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3. 프로젝트의 성과가 달성되었을 경우, 고등학생이라면 대학 진학의 혜택을 제공하고, 대학생과 일반인이라면 창업을 지원한다. 혜택이 크고 분명할수록 호응이 클 것이다. 

4.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선순환이 이루어지면, 차츰 성공사례가 나오고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인식도 개선될 것이다. 

5. 정부가 지원한 혜택과 자금은 특허권의 공유, 기업의 지분 취득, 사업 이익 중 일정비율 환수 등을 통해 회수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러한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점이 있다. 너무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 하지 말고, 최소 3년은 소신을 갖고 운영해야 한다. 좋은 취지의 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은 철학과 소신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본다. 말만 거창할 뿐 어려움에 봉착하면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일을 해야 할까? 그 이유는 명백하다. 그것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시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수많은 산업들 중에서 굳이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해야 할까? 그 답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는 먼저, 미래 한국의 중추 산업으로서 소프트웨어 산업이 과연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라는 논의를 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우리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가? 아니면 중요하지 않은가?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조차 제대로 못한 채, 새 정부에서는 은근슬쩍 소프트웨어 산업의 진흥이 뒷전으로 물러난 느낌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육성되어야 한다. 그것이 정말 우리에게 가치가 있는 산업이라면. 

당장 실리콘밸리를 만들 수는 없어도, 슈퍼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할 수는 있다. 물론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동안 그런 수많은 우려와 핑계들 때문에 시도조차 못해본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지금은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포기할 수는 없다. 여러분의 호응과 의견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