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아닌것 | Posted by 동물원 2010. 6. 6. 04:04

스승의 목소리

심한 폭풍우가 정원에 몰아치던 어느 날 저녁
알무스타파와 그의 제자 아홉 명은 집 안으로 들어가서
불 주위에 둘러앉아 말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때에 한 제자가 이렇게 말했다.
"스승님 저는 외롭습니다.
그리고 시간의 발굽들이 저의 가슴을 무겁게 짓밟아 누르고 있습니다."

그러자 알무수타파가 일어나 제자들의 한 가운데에 서서
세찬 바람소리와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가 외롭다고 하지만 도대체 너희의 외로움이란 무엇인가?
너희는 이 세상에 홀로 왔고
혼자 안개 속을 헤쳐 나아가야 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그러므로 너희는 침묵 속에서 자신의 잔을 혼자 마셔야 하리라.
가을의 날들은 너희들 각자에게 각각 다른 잔을 주었고
그 잔들을 달고 쓴 포도주로 채웠으니
비록 그 잔이 그대의 피와 눈물로 채워진 잔이라 하더라도
그대들은 혼자서 조용히 그 잔을 마시고
그 삶의 갈증을 선물로 준 생명에 대해 찬양해야 하리라.



왜냐하면 그 목마름이 없었다면
그대의 가슴은 물결도 파도의 노래도 없는
황량한 바닷가의 해안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니,
그대들은 그대의 잔을 혼자 기꺼이 마시라.
잔을 그대의 머리위로 높이 들고
홀로 마시는 사람들을 위해 흠씬 마시라.


한때 나는 사람들과 무리를 지어 같이 어울려 다녔고
그 사람들 속에 섞여 연회석에 앉아 함께 흠씬 마셔 보았다.
그러나 그들의 포도주는 내 머리에까지 이르지 못했고
내 가슴속으로도 흘러 들어오지 못했다.
그것은 오직 나의 발걸음 쪽으로 내려갈 뿐이었다.



그리하여 나의 지혜는 메말랐고
나의 마음은 자물쇠가 채워져 봉인(封印)되었다.
그리고 오직 내 발걸음만이 그들과 함께
그들의 안개 속에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사람들 무리에 어울리지도
그들의 식탁에서 그들과 어울려 포도주를 마시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내가 그대에게 말하나니,
비록 시간의 발굽들이 그대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더라도
그런 것은 그대와 상관없는 것이지 않은가?



그러니 그대, 슬픔 속에 홀로 앉아
그대의 잔을 마시는 것이 그대에게는 더 나으리니,
그 때 그대는 또한 그대의 기쁨의 잔도 혼자 마실 수 있게 되리라.




칼린지브란 [ 예언자의 정원]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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